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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자의 역사이야기-⑮ 고려는 왜 멸망했을까?

개국 제14회 계민수전 그리고 과전법

폐가입진((廢假立眞)은 ‘가짜 왕을 내몰고 진정한 왕을 추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짜왕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왕과 창왕을 뜻한다. 이성계와 신진사대부들은 왕우와 왕창이 아닌 신돈의 자손인 신우와 신창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신진사대부들이 조작했다는 것이 현재 학계의 통설이다. 신돈이 고려의 실권을 잡고 있던 시절, 정치를 손에 놓고 있었던 공민왕은 신돈 집에 자주 들렀다 전해진다. 승려였던 신돈의 집에 있었던 여보살과 공민왕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우왕이고 그 아들이 창왕인데 당시 신진사대부들은 이들을 신돈의 자손이라면서 왕위에서 내쫓았다.

이제 고려의 마지막 왕이 즉위했다. 정창군 왕요, 훗날 그는 공양왕이라고 불린다. 창왕을 폐위하고 공양왕을 옹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었던 이들은 이성계, 그리고 고려의 마지막 충신이라고 일컫는 정몽주, 정도전 등 신진사대부들이다.

이제 신진사대부들의 세상이 왔다. 하지만 권문세가들이 가지고 있는 땅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백성들은 송곳하나 꽂을 땅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끼니 해결조차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정도전은 계민수전(計民授田)을 주장한다. 국가가 모든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하고 백성들의 머릿수에 따라 토지를 나눠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사대부이면서 대토지를 소유한 이색 등의 반대에 부딪힌다.

이 시대를 비판하는 사람중에는 ‘사대부나 권문세가나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신진사대부들 중에는 정도전, 하륜같이 지방향리의 자제들도 있었지만 권문세가 집안에서 태어나 성리학을 공부한 이들도 적지 않게 있었기 때문이다.

정몽주는 정도전을 만난다.

– 이보게 삼봉, 스승님의 땅을 뺏는게 문제가 아니네. 백성을 위한 개혁인데 뭣인들 못하겠나. 그러나 이는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일세. 고려를 무너뜨리자는 겐가?

– 이보시게 포은! 백성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는가 모르는가. 자네는 개경에만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지방에 백성들 사는 모습들을 한 번 보시게. 이건 무슨 농사지을 땅이 있나? 권문세가들이 다 차지하고 있고 세금은 안 걷히니 국가재정은 파탄일세!! 이 나라에서 못한다면 내 다른 나라에서라도 할걸세.

– 자네, 이게 무슨 막말인가. 대체 왜 이러는 겐가. 삼봉, 자네 한 번만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한다면 난 자네가 동무라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네. 내 안들은 걸로 함세.

또 다른 신진사대부 조준이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건 바로 과전법.

과전법(科田法)은 전 국토 중 일부를 떼어내 중앙 관료들에게 수조권(收租權)을 주고 나머지는 백성들에게 나눠줘 자영농을 키우는 제도다.

즉 지배층들에게는 세금을 걷을 권리인 수조권만 주는 것이다. 백성들은 토지를 소유하여 수조권자에게 세금을 낸다. 수조권자를 전주, 토지소유권자를 전객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수조권이 소멸하면 국가에 반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과전법에서의 수조권 지급대상은 전현직 관료다. 즉 수조권을 반납하는 시기는 사망 후가 된다. 그렇다면 그의 처와 자손들은 어떻게 되나? 이것을 대비해 수신전과 휼양전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수신전은 사망한 관리의 처에게 지급하는 토지이며, 휼양전은 사망한 관리의 자식들에게 지급하는 토지를 말한다.

과전법은 경기도의 토지를 대상으로만 실시했다. 고려말에서 조선초로 가는 동안 관료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실시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세종, 세조로 오면서 이 제도를 유지하기에는 토지수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창왕에서 공양왕으로 바뀌면서 문하시중도 이색에서 이성계로 바뀌게 된다. 공양왕은 이성계의 뜻에 따라 수시중에 정몽주를 임명했고, 조준의 과전법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색은 정몽주에게,

-포은, 이제 자네 밖에 없네. 주상전하를 잘 지켜주게나. 자네가 생각하는 그 이성계 대감은 이제 놓아주시게. 옥좌를 노릴 사람일세. 내 자네에게 부탁함세. 고려를 지켜주시게.

<다음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