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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기자가 본 멕시코 대선 후보들

올해 2024년은 멕시코 대선이 예정돼 있다. 대선뿐만 아니라 상원, 주지사 선거로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멕시코 현 대통령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 대통령으로 모레나(Morena)라는 당의 소속이다. 그의 이름을 줄여서 AMLO(암로)라고 표현한다. 모레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창당한 정당이고, 정당 자체가 타정당에 비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통령 임기말이지만 AMLO 대통령 자체도 지지율이 50%에 육박함으로써 그 어떠한 레임덕 현상도 보이지 않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은 6년임기에 단임제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도 1강 2소 체제다. 모레나(Morena), 노동당(PT), 녹색당(PV)으로 이루어진 범여권 대선연합에서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50%내외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야당 선거 연합인 FAM(Frente Amplio Por México)에서는 소치틀 갈베스(Xóchitl Gálvez)후보는 25~6%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제3정당인 시민운동(MC)후보는 며칠전에 정해져서 아직 지지율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나 그동안의 후보지지율을 보면 24~5% 정도됐다. 따라서 거대 여야 정당들은 여성후보들로 대선후보가 결정됐다. 현재 모레나는 진보성향, FAM은 보수성향이다.

멕시코 정치문화가 ‘마초’?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소치틀 갈베스 후보가 야당 대선후보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후보가 여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고 발표됐을 때, 한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마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마초문화가 지배적인 멕시코 정계에서 여성 대선후보가 선출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표현이 과연 적절한지 묻고 싶다. 셰인바움 후보가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될 당시 최초여성 시장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즉, 셰인바움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기 전에도 멕시코 중요 정치요직 중의 하나인 멕시코시티 시장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 멕시코 내무부 장관인 루이사 마리아 알칼데(Luisa Maria Alcalde)도 이전에 노동부 장관이었다. 마리아 알칼데 장관은 노동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AMLO 대통령과 최저임금을 계속 올려가면서 그 성과를 인정받아 멕시코 권력 2인자인 내무부 장관에까지 올랐다. 지난해 납치됐다가 풀려난 욜란다 산체스 피게로아(Yolanda Sánchez Figueroa) 코티하(Cotija)시 시장은 2021년 당선됐을 때, 코티하시 최초의 여성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과연 멕시코 정치문화가 마초인가.

그렇다면 미국과 비교해보자. 지난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시, 상대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였다. 현재 멕시코는 2개의 거대정당에서 여성후보가 2명이지만 2016년 미국대선 여성후보는 1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가 마초일색이라는 표현은 찾을 수 없었다.

멕시코가 남성정치인 중심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전 일이다. 이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업적으로 평가될만하다. 그가 당선된 2018년, 그의 내각 50%를 여성에게 할당했고, 여성 정치인을 의회에 대거 공천했다. 이렇게 해서 성장한 정치인이 상기 언급한 루이사 마리아 내무부 장관이다.

멕시코가 마초 정치문화라는 표현을 쓰는 한국 언론은 아직도 멕시코 정치를 잘 모른다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고, 약간은 폄훼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부분이다.

결국 AMLO의 입에서 여야 대선후보가 결정됐나?

멕시코 정치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레나와 FAM 여야 거대정당에서 누가 대선후보가 될지는 예상가능한 일이었다. AMLO 대통령은 셰인바움 후보가 멕시코시티 시장 시절부터 항상 칭찬해주며 띄워주기에 열을 올렸었다. 그 결과 여론조사 순위는 모레나에서 1위 셰인바움, 2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Marcelo Ebrard), 3위는 아단 아우구스토(Adan Augusto)나 리카르도 몬레알(Ricardo Monreal)이 차지했다.

야당에서는 경선절차 돌입때부터 AMLO 대통령은 “누가 야당대선후보가 될지 말해줄 수 있다”면서 “그는 바로 소치틀 갈베스 상원의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야당 FAM은 원래부터 후보는 뒤에서 다 정해 논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 다음날부터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아침기자 회견때마다 매일 소치틀 갈베스 후보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야당 내에서 갈베스 상원의원이 여론조사 1위를 달렸고, 뉴스에 그녀의 이름이 계속 언급되므로 갈베스 의원을 모르는 사람조차도 알게 되면서 인지도가 올라가게 됐다.

AMLO 대통령의 참모들도 이런 경우를 대비해 그녀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을 말렸지만 선관위(INE)에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계속 그녀를 비판했다. 그 덕에 관심이 없던 본 기자도 그녀가 원주민 출신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결국 AMLO 대통령의 입에서 한 명은 칭찬으로 한 명은 비난으로 대선후보가 됐다.

말도 많도 탈도 많았던 제3정당 시민운동 후보

지난 10일 제3정당 ‘시민운동’이라고 일컫는 무비미엔토 시우다다노(Movimiento Ciudadano, MC)가 대선후보를 뒤늦게 확정했다. 시민운동의 대선후보는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Jorge Álvarez Máynez) 연방 하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결정했다. 인지도가 워낙 떨어지는 후보다. 사실 이 당에서는 유력한 젊은 두 후보가 있었다. 바로 루이스 도날도 콜로시오 리오하스(Luis Donaldo Colosio Riojas) 몬테레이 (Monterrey)시장과 사무엘 가르시아(Samuel García) 누에보레온(Nuevo Leon) 주지사가 그들이다. 콜로시오 시장은 85년생, 가르시아 주지사는 87년생이다.

콜로시오 시장은 지난 2021년말 한 여론조사에서 셰인바움 후보를 누르고 대선후보 선두에 올라 다크호스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지난해 9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에 대하여, 시장은 “나는 야당 분열의 설계자가 되고 싶지 않고, 이 책임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나의 이유를 언급했는데, “가장 이기적일 수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로 자녀들은 아직 어리고 그의 전부이며 아이들은 지금 아버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가 직접 그의 예전 삶을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그는 지난 1994년 당시 여당 제도혁명당(PRI)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가 암살된 도날도 콜로시오 무리에타(Donaldo Colosio Murrieta)전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다. 카를로스 살리나스(Carlos Salinas) 당시 대통령이 ‘데다소(Dedazo)’를 통하여 무리에타를 그의 후임자로 지명했으나, 무리에타는 당내 개혁의지를 보였고,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 나프타를 반대하는 등 당내 기득권층의 불만을 사게 되어 제거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무리에타 후보가 암살된 1994년은 콜로시오 시장이 9살이 되던 해다. 당시 그는 어린 나이였고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러 다니고 죽음에 이르게 됐으니, 콜로시오 시장이 한 발언은 당시 그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짐작해볼 수 있다. 따라서 왜 굳이 공식석상에서 아이들을 위해 대선 출마를 접겠다는 발언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것은 2018년이다. 기자 입장에서는 셰인바움을 이긴 적도 있었으니 이번 대선에서 판을 엎기도 하는 모습을 기대했으나, 아직 공직에 입문한지 10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좀 더 정치수업이 필요하다는 그의 판단도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시민운동의 유력한 후보는 사무엘 가르시아 주지사만 남게 됐다. 모레나의 또한명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전 외무장관이 경선에서 셰인바움에게 패배하자 시민운동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었다. 에브라르드 전 장관이 시민운동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경우 시민운동 당내에서는 1위지만, 본선을 가정한 지지율 조사에서는 20%안팎의 지지율로 갈베스 후보보다 적게 나왔다. 이에 더하여 사무엘 가르시아 주지사의 견제가 상당했다. 결국 에브라르드 전 장관은 모레나에 남기로 하고 2030년 대선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사무엘 가르시아 누에보레온 주지사에게도 또다른 변수가 생겼다. 멕시코에서는 주지사나 상하원 선출직이 다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휴직을 신청한다. 당연히 가르시아 주지사도 누에보레온 주의회에 휴직을 신청하고 의회의 승인을 얻었다. 그러나 야당인 제도혁명당(PRI)과 국민행동당(PAN)의원들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그들이 원하는 인사를 임시주지사에 앉히려 들자 사무엘 가르시아는 이에 반기를 들고 대선후보 사퇴 후 주지사로 복귀했다.

이로인해 MC 시민운동은 대선후보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가르시아 주지사계인 호르헤 알바레스 연방 상원의원으로 최종결정됐다.

대통령직은 쟁취하는 자리

가르시아 주지사의 갑작스러운 대선후보 사퇴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전 장관에게는 황당한 일이었을 것이다. 에브라르드 전 후보는 올해 반드시 대통령이 되고자 케이팝팬들의 표를 얻고 싶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BTS 완전체를 멕시코에 부르겠다고까지 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의 양보로 2018년 AMLO는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리고 AMLO는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겠다고까지 에브라르드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쟁취하는 자리지 왕정시대처럼 물려받는 자리가 아니다. AMLO 대통령이 셰인바움을 추켜세울 때부터 그는 싸웠어야 했다. 외무부 장관자리를 이미 내놓고 나왔어야 했다. AMLO의 높은 지지율을 보니 대선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대립보다는 물려받는 쪽을 택했고 그 약속을 믿기 보다는 믿으려고 했을 것이다.

현재 AMLO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보면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셰인바움도 자리를 물려받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려받는 대통령은 상왕정치의 대상이 된다. 셰인바움도 대통령이 되기 전이든 후든 자리를 쟁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