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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념이 앞서는 AMLO

진정한 진보 대통령

AMLO는 헌법을 준수하기 위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나

지난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공격 직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표명했다. 주 멕시코 이스라엘 대사관은 그의 입장에 비판성명을 내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진 지난 10일 아침기자회견에서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에스트라다(Estrada) 독트린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와 이스라엘 국민을 존중하지만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만 말했다.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이다. 자국민 3명이 테러단체에 인질로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 건너 남의 나라 일처럼 평화를 사랑하며, 중립을 표방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지만, AMLO의 정치성향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있다면 그가 입장표명하기전에 충분히 그의 발언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누가 뭐래도 진보 정치인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변함없는 진보이념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매체에서 접해왔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이스라엘 가나안 지역은 원래 유태인들의 고향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돌아가서 정착하는 것은 당연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 땅을 차지하기 위해 테러를 일삼고 있다는 시각이 있고, 또 하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2천년 전의 일을 가지고 자기들 땅이라며, 기존에 잘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냈다고 생각하는 시각이있다. 거기에 더하여 지금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들을 잔혹하게 다뤘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가자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전기, 수도, 음식 등을 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횡포를 부린다고도 생각한다.

보통 후자를 진보성향에서 채택하는 시각이다. 진보적 시각에서 본다면 유태인들은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과 협잡하여 원래 살던 사람들을 쫓아내고 땅을 차지한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과 공조하여 가난하게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더욱 쫓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라는 것이 쉽게 보면 공산주의는 아니지만 강자의 횡포에 맞서자는 것이 큰 기조다. 국가 안으로보면 자본가, 기득권의 횡포, 국외로보면 강자 미국의 횡포에 대한 저항이다. 이런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연대해서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깔려 있는 밑바탕이다. 결국 이렇게 해서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들이 함께 나누며 평화롭게 살자는 것이다.

재산의 유무를 떠나서 같은 진보라면 한 팀이고 함께 싸우고 혁명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진보지식인 생각의 기저에 흐르고 있다. 따라서 연대하여 혁명을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법과 원칙은 조금은 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AMLO의 행동을 돌이켜 보자. AMLO 대통령은 자신들의 Plan B가 이루어지지 않자 법관들을 선거로 뽑겠다는 발언을 했다. 오랜 권력분립 근간 중의 하나인 사법부 독립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선거로 뽑아서 사법부독립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선거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독립성을 가지고 일했는지 묻고 싶다.

현재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하여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그의 우상 카르데나스 정권시절 에스트라다 독트린으로 시작된 멕시코 헌법 제89조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에스트라다 독트린은 헤나로 에스트라다 펠릭스(Genaro Estrada Félix) 당시 멕시코 외무장관이 1930년 9월 27일 발표한 성명으로 멕시코를 포함한 어떤 국가나 국가의 주권이 다른 국가의 인정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불간섭, 불개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독트린은 공식 선언된 지 58년 만인 1988년 5월 11일에 헌법으로 격상되어 헌법 제89조 제10항에 명시됐다.

에스트라다 펠릭스 장관은 주로 강대국들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 대한 식민주의와 권력 남용, 경제적 착취, 강대국 개입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멕시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열렬히 노력한 장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AMLO 대통령은 멕시코 헌법 제89조를 목숨 걸고 지킬 만큼 법치주의자 대통령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건 아니고 계속 언급하지만 진보주의자 대통령이다.

지난 2019년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전 대통령이 그 해 10월 부정선거 혐의로 쿠데타 위기에 처했다. 모랄레스는 멕시코로 망명하기를 원했고, 멕시코 정부는 그에게 공군기를 보내 안전하게 그가 멕시코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AMLO 대통령은 멕시코가 볼리비아의 민주주의, 정치적 안정, 사회평화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볼리비아와 멕시코의 관계가 어떻게 되고 국익과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AMLO발언에는 없다.

과연 이 사건에서 AMLO 대통령은 헌법 제89조 불간섭, 불개입주의를 지켰는가. 그가 모랄레스를 구출한 이유는 딱 하나다. 그의 머리속에 박힌 이념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진보성향의 원주민 출신이 어렵게 대통령이 됐는데, 기득권층들이 우리 진보성향의 볼리비아 대통령을 공격했기 때문에 같은 진보 대통령인 내가 우리편 대통령을 구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에보 모랄레스는 이미 3선에 성공한 대통령이었고 개헌까지 추진해 4선에 도전하는 상황이었다. 상기 언급했지만 재산의 유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진보면 우리편인 것이다.

이제 페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지금 멕시코와 페루의 관계는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22년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 전 페루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카스티요는 체포될 수 있었기 때문에 멕시코에 망명을 요청했다. AMLO는 그를 도우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가족만을 멕시코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디나 볼루아르테(Dina Boluarte)현 페루 대통령을 가짜라고 비난했고, 이에 페루의회는 AMLO 대통령에게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지난 8월 치러진 과테말라 대선에서 진보성향인 베르나르도 아레발로(BERNARDO ARÉVALO)가 당선되자 AMLO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빨리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수선을 떨었다.

머릿속에 진보라는 두 글자가 박힌 AMLO로서는 약자인 하마스편을 들어주고 싶지만 그들이 민간인을 납치하는 등의 행동을 일삼는 것을 봐서는 적극적으로 그들 편은 들어줄 수 없다. 또한 세계 초강대국과 한 편인 이스라엘과 편이 될 수도 없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전쟁 발발 며칠 전 이스라엘은 유태인계 멕시코인 성추행범 안드레스 로에메르(Andrés Roemer)의 신병을 멕시코에 넘기기로 결정한 상태다.

현재 AMLO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열렬히 중립을 지키는 일뿐이다. 온갖 논리를 갖다 붙이면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 만약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그런 식으로 다루고 있었다면 AMLO의 반응은 어땠을까 

AMLO의 이러한 모습들은 ‘우리편, 연대, 약자’라는 단어 등으로 그의 진보적 성향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적 성향도 그렇듯 진보적 성향도 나쁜 것이 아니다. AMLO 대통령의 정책으로 마초이즘이라고 불리던 멕시코 정치문화가 개선됐고, 코로나 시절 멕시코로 입국한 사람들이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됐으며, 일반 국민들의 의약에 대한 접근성 또한 용이해졌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자국 국민들이 테러단체에 붙잡혀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고 있는데 진보, 약자 이런 것을 따져야 하는지, 이념이 자국 국민보호보다 중요한지, 이념이 국익보다 앞서는 것인지… 머릿속에 ‘진보’라는 두 글자가 인이 박혀 있다면 그도 이제 낡은 진보 정치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