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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자의 한국세법 이야기–⑭

간이과세 기준금액 상향

대한민국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부가가치세법 간이과세기준금액 상향 시행령 개정추진을 발표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세부담 경감 및 납세편의 제공을 위해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대통령령으로 가능한 최대수준인 1억 4백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해당 시행령 개정은 2월 중 완료될 예정이며, 오는 7월 1일부터 상향된 기준금액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부가가치세…, 멕시코에 사는 우리 교민들은 스페인어 줄임말로 IVA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가 단톡방에 광고료를 안내하면서 ‘부가가치세는 별도’라는 말을 쓴 적이 있었는데, ‘부가가치세?’라는 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도 있었다. IVA는 한국말로 부가가치세다. IVA라는 말을 풀어서 쓰면 Impuesto sobre el Valor Añadido로 증대된 가치에 대한 세금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부가된 가치를 세금으로 내라는 뜻이다. 부가된 가치를 좀 더 간단한 말로 표현하면 이윤이다. 어떤 물건을 팔았을 때, 그 이윤에 대한 세금을 걷겠다는 뜻이다. 우리가 편의상 ‘부가세’라고 하지만 정식명칭은 아니다. 부가가치세가 맞는 말이다.

우리가 정서적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면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내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내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이다. 즉, 부가가치라는 것이 물건값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는 실제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이렇게 최종소비자가 부담한 부가가치세를 사업자는 과세관청에 납부한다.

영화 ‘범죄도시’ 말미에 마석도 형사와 장첸이 화장실에서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마석도 형사가 이런 말을 한다. “야, 세금도 안내는 놈이 무슨 휴지를 이렇게 많이 쓰냐?”라고.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맞는 말은 아니다. 장첸 같은 범죄자의 경우 소득세는 안내는 건 맞다. 그러나 장첸도 사람인지라 밥 사먹고, 과자 사먹고, 담배도 산다면, 아무리 장첸이라도 부가가치세를 낸다. 필자가 이 글을 쓰면서 영화를 다시 한 번 보지 못했지만 만약 그 차이나타운에서 훠궈나 술 사먹고 돈을 안 냈다면 악질 중에 악질은 맞다.

우리는 멕시코에 살면서 멕시코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알게 모르게 세금을 내고 산다. 그것이 바로 부가가치세다. 전에도 말했지만 거주자가 아닐 경우 소득세를 못 내는 것일 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오는 7월 1일부터 한국의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금액은 8천만원에서 1억 4백만원으로 상향된다. 그런데 왜 7월 1일인가? 한국의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은 2개 기간으로 나뉜다. 제1기는 1월 1일부터 6월 30일, 제2기는 7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다. 즉, 과세기간은 상하반기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그 안에 분기마다 예정신고 기간이 있지만 큰 줄기는 2개 과세기간이다. 따라서 변경된 간이과세 기준금액은 현재 과세기간은 진행되고 있으니 다음과세기간에서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간이과세자는 일반 부가가치세 납세자와 다른 것이 몇 가지 있다. 간이과세자는 ‘공급대가’로 신고한다. ‘공급가액’과 ‘공급대가’가 있다. 일반과세자는 공급가액으로 신고하는데 공급가액을 알면 공급대가는 자연히 알게 된다. 한국의 경우 부가가치세는 10%다. 멕시코는 16%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단일세율 국가도 있지만 스페인과 같은 국가에서는 복합세율(16%, 10%, 4)을 쓴다.

한국으로 예를 들자면 공급가액은 매출액에서 부가가치세10%를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공급가액*10%를 하면 이를 우리는 매출세액이라고 부른다. 공급받은 가액(우리가 지출한 금액)에서 10%를 곱하면 이를 매입세액이라고 한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보면 공급가액이 있고 거기에 10%를 곱한 매출세액 혹은 매입세액을 적는 란이 있다. 공급대가는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공급가액에 매출세액을 더한 금액이다. 따라서 이런 등식으로 설명된다. ‘공급대가=공급가액+매출세액(10%)’

일반과세자는 공급가액과 매출세액을 분리해서 신고하지만 간이과세는 공급대가로만 신고하게 한다는 것이다. 간이과세는 매출액이 높지 않은 자영업자가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계산없이 자기 매출액만 신고서 적도록 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111조 제2항을 보면 업종별 부가가치율이라는 것이 나온다. 업종별로 15%에서 40%까지 적용되는데, 예를 들면 소매업은 15%의 부가가치율을 곱한다. 즉, 공급대가가 100원이라면 여기에 15%를 곱하고 다시 부가가치세율 10%를 적용하는 것이다. 수식으로 설명하면 100*15%*10%=1.5, 매출세액만 보면 1.5원이 나온다. 반면에 일반과세자는 100*10%=10원으로 매출세액면에서만 보더라도 세금차이가 엄청난다.

또 하나 좋은 점이 있다. 현행 한국 부가가치세법상 간이과세자의 경우 공급대가의 합계액이 4천800만원 미만이면 납부세액이 면제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소규모 자영업자 등의 세액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필자가 처음 세무서에 들어갈 당시만 해도 간이과세기준금액은 4천 800만원 미만이었다. 지금은 이 금액이 납부면제 기준이지만 당시 납부면제 금액은 공급대가 1천 2백만원 미만이었다. 당시에도 홈택스는 사용되고 있었다. 서면으로 내는 사람이 많았을 뿐이었다. 따라서 서면으로 내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은 간이과세를 신고하면서 공급대가를 천 백 50만원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봤다. 세금을 안 내겠다는 취지로 그렇게 적은 것이다. 너무 티나는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임대 사업자였는데 본인이 간이과세자로 세금이 안나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신고기간(제1기 7월1일~7월 25일, 제2기 1월 1일~1월 25일)에 세무서에 오면 사람이 많으니 신고기간 이후에 와서 기한후 신고만 하는 것이다. 공급대가가 3백만원인가 5백만원으로 기억한다. 몇 번 그렇게 신고하길래 필자가 “사장님, 왜 항상 기한후 신고때 오셔요?”라고 핀잔을 준 적도 있었다. 그 분은 항상 미안하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세무서를 빠져나갔다.

세금이라는 것이 묘한 사람심리를 끌어내는 것 같다. 세금을 안 내려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오지만 정작 내 상황에 봉착하면 필자가 상기 제시한 사람들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간이과세 기준금액은 10여년전에는 4천 8백만원, 현행은 8천만원, 향후 1억 4백만원으로 상향될 전망이다. 필자가 신규직원일때부터 혹자는 간이과세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초짜였던 필자도 그렇게 되야 하는 건 줄 알았다. ‘전세계에서 간이과세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그러나 스페인에서 공부할 때 간이과세라는 말은 쓰지 않았지만 비슷한 성격의 부가가치세 세금이 있더라.

장기적인 경제상황,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물가 등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의 간이과세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