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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자의 한국세법 이야기–⑬

체납자 출국규제에 대하여

지난 14일 대한민국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전 동방신기 멤버 박유천이나 배우 박준규 등 연예인들도 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고 공개됐다. 세금 안냈다고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 국세청에서 지난 10여년동안 수천명의 체납자를 상대했던 필자 입장에서는 나쁜 사람이라기 보단 저들도 어렵게 사는구나라는 씁쓸함이 컸다. 실제 체납자들을 만나면 경제사정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은 국세징수법 제114조에 규정돼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우리 교민들이 혹시나 닥칠지 모르는 상황, 체납자 출국규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출국규제도 고액체납자에 한하여 적용된다. 근거규정은 앞서 전했던 고액상습체납자 규정보다 바로 위 조문인 국세징수법 제113조에 규정돼있다.

여담으로 하나 공지하자면, 필자는 세법이야기를 쓸 때 세법규정을 먼저 확인하는데, 지난 번 심기자의 세법이야기 12회에서 국세법령정보시스템을 소개한 바 있다. 국세법령정보시스템이 언제라고 명확한 날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2024년 초까지 시스템 개편작업으로 당분간 운영이 중단된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필자는 국가법령정보시스템 사이트에서 법조문을 참고하고 있다.

다시 출국규제로 돌아와 설명하겠다. 국세징수법 제113조에서 말하는 출국규제를 위한 고액체납자는 5천만원 이상의 체납자만 해당된다. 그 아래 체납자들은 해당되지 않지만 이는 총 체납액 기준이다. 본세 체납이 5천만원이 안되더라도 가산금이 계속해서 자라나 체납이 5천만원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5천만원 이상의 체납자들을 출국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징수법 시행령 제103조 제2항에는 출국규제가 되는 체납자들의 요건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압류나 보증인의 납세보증서 등으로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고 체납처분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되어 있다. 즉, 세무서에서 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압류할 자산이나 담보 등이 없을 때 출국규제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도 국세징수법 시행령 제103조 제2항 각호에 나타나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국외로 이주(국외에 3년 이상 장기체류 중인 경우 포함)한 사람

2. 출국금지 요청일 현재 최근 2년간 미화 5만달러 상당액 이상을 국외로 송금한 사람

3. 미화 5만달러 상당액 이상의 국외자산이 발견된 사람

4. 국세기본법에 따라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5. 정당한 사유없이 국외출입횟수가 3회 이상이면서 국외체류일수가 6개월 이상인 사람

6. 국세징수법에 따라 사해행위 취소소송 중이거나 국세기본법에 따라 제3자와 짜고 한 거짓게약에 대한 취소소송 중인 사람

여기서 말하는 사해행위는 민법용어지만, 세법상으로 설명한다면 세금이 발생하거나 체납이 생길 것을 알고 배우자나 다른 사람들에게 재산 명의를 돌려 정작 본인은 세금낼 재산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말하는데, 국세청에서는 이를 확인하면 재산 명의자에게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할 수 있다. 이 소송에 대한 경험도 필자가 가지고 있으므로 추후 설명하도록 하겠다.

출국규제의 주관부처는 대한민국 법무부다. 국세청에서 출국규제를 직접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세징수법 제113조는 체납처분을 회피할 우려가 인정되는 경우는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규제를 요청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청할 수 있다”가 아니라 “요청해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담당 공무원들도 하기 싫어도 규정대로 하는 것이니 민원인으로서 이런 경우를 당했다고 해서 큰소리로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또한 하지 않으면 감사지적사항으로 공무원들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출국규제해제는 어떻게 해야할까. 방금 전 설명한 부분의 규제사유에서 벗어나면 된다. 체납을 5천만 원 밑으로 낮추고 압류할 재산이나 담보 등을 제공하면 된다. 실제로 실무상 보면 체납액의 일부를 받고 5천만원 밑으로 한 뒤 해외로 출국하는 경우도 봤다.

그러나 상기 설명한 것은 말이 쉽지 실제 쉬운 것도 아니다. 돈도 없고 재산도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에 대하여는 국세징수법 시행령 제104조 제2항의 각호에 다음과 같이 설명돼있다.

1. 국외건설계약, 수출신용장개설, 외국인과 합작사업 계약 체결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가지고 출국하려는 경우

2. 국외에 거주하는 직게존비속이 사망하여 출국하려는 경우

3. 본인의 신병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로 출국금지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주로 체납자들은 사업자들이 많은데 실무상 보면 위의 제1호의 사유로 출국규제해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공직에서 겪었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때는 잘 기억 안난다. 출국규제가 된 체납자인데 전화가 왔다. 그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국세청의 높으신 분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제가 출국규제가 걸려서 못가고 있거든요. 해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분이 누구라고 말씀드리긴 좀 그래서요”

자신은 여행 가이드라고 소개했다. 참 난감한 상황이다. 다른 부서 과장들이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높은 분은 높은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계)장님께 상의하고 나서 가능할까 라는 생각에 의심이 있었지만 서장님 결재까지 받아 가지고 오셨다.

뭐 당시야 가끔 법치보다 인치가 조금은 앞서기도 했다. 그 뒤로 감사관들이 필자를 불러 이를 지적하거나 징계한 적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