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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멕시코 여당 대선후보 선출

엄기웅 MUNDUS APERTUS 대표 변호사

1. 들어가며

오늘 셰인바움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여당 후보로 선출 (약 39% 득표)되었습니다. 이번 당내 경선에서 12,500명의 당원들은 에브라르드 외교부장관 대신 셰인바움 시장을 선택했는데, 대통령의 복심이자 적자 중 적자는 셰인바움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2위를 차지한 에브라르드 전 외교부 장관(약 25% 득표)은 여론 조사지를 개표장소로 옮기는 과정에서 밀봉이 안되는 등 기밀 유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항의하였고, 약 1,200장의 여론 조사지는 무효 처리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브라르드 측은 개표 과정에서 참관을 제한 받았다며 재투표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셰인바움은 2024년 6월 2일 대선에 여당 후보로 나서게 되며, 야당 연합인 광역전선 (Frente Amplio por México) 후보 소치틀 갈베스와 한 판 승부를 겨루게 됩니다.

2. 여당 후보 선출이 갖는 의미

여당 후보 선출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 현 집권 여당과 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셰인바움이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둘째, 셰인바움은 AMLO 대통령과 2000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정치적 동지로서 AMLO대통령의 4T 철학과 반(反) 신자유주의, 민족주의, 실용주의 노선을 충실히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4T(Cuarta Transformación)란 4차 변혁을 의미합니다. 멕시코가 독립 후 3번의 변혁을 거쳤는데, 이는 제 1차 변혁인 1810~1821 독립 전쟁, 제 2차 변혁인 1857~1861 개혁전쟁, 제 3차 변혁인 1910~1917 멕시코혁명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AMLO는 이제 제 4차 변혁이 일어날 때라고 하는데, 4차 변혁이란 물리적 변혁이 아니라 ’국민들의 정신적 변혁을 통해 새로운 멕시코를 만들자’라는 현 정부의 철학이자 개혁 정책을 총괄하는 단어입니다. 

여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 당은 2017년 11월에 당 강령상 원칙과 목표를 실천할 10대 행동계획 (Programa)을 공표한 바 있고, 이 행동 계획 중 경제 및 산업 분야에 대한 행동계획과 이에 기반한 정책들은 예상과 달리, 대체로 친기업적입니다. 에너지 분야의 국가독점과 식량주권 경제를 회복하고, 농촌 등 낙후지역의 발전을 꾀하면서, 민간분야의 경쟁은 촉진하는, 국가주도 신 경제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헌법 제 27조에서 유보한 국가 자원에 대한 국가의 독점 회복을 선언하고, 신자유주의 정책 부작용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고 있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지하기보다는 보완하면서 유지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재건운동(MORENA) 당은 당 강령 제3조에서는 현 정치의 폐단인 영향주의(influyentismo), 정실주의(amiguismo), 친족중용주의(nepotismo), 가산제(patrimonialismo), 클리엔텔리즘(clientelismo), 배신주의(entreguismo), 코포라티즘을 배격한다고 명시하여 모든 형태의 잘못된 정치관행을 단절할 것임을 적고 있습니다.  국가재건주의(MORENA) 당은 카르데나스 주의(cardenismo), 사회개량주의(reformismo), 사회민주주의, 좌익 내셔널리즘 노선 중 민족 주권 수호, 국민 개개인의 인간성 회복, 국가 발전에 일치하는 내용을 탄력적이고 실용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향주의(influyentismo)란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관급 공사에 있어 정해져 있는 투명한 절차나 사전에 정한 선정 기준을 따르지 않고, 결정권자가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주관적 판단에 의해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자에게 계약권을 주는 행위나 현상을 말합니다. 한 예로, 300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관급 공사를 낙찰받기 위한 중요한 원인으로서, 35%가 영향주의, 25%가 기술적 우위, 23%가 부정행위라고 답변하였습니다. 여기서 부정행위란 결정권자와 관계가 없는 건설사가 뇌물을 주고 계약권을 따내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가산제(patrimonialismo)란 국가의 공적 영역과 사적영역에 있어 법 제도를 뛰어넘어 대통령 개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독재적이고 과두제적인 특징을 지니는 정부 형태를 말합니다.

 클리엔텔리즘(clientelismo)이란 권력을 가진 후견인(정치인)과 이익을 받는 의뢰인(투표자)간의 상호의존적인 거래 행위나 현상을 말합니다.

 배신주의(entreguismo)란 협상에 있어 부당한 반대급부를 대가로 이권을 넘겨주는 행위나 현상을 말합니다. 주로, 국가지도자의 국가 자원의 부당한 판매 행위나, 부패한 노조지도자의 근로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단체협약 체결이나 노조 권리 포기 행위 등을 말합니다. 

3. 여당 후보 선출 과정

AMLO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PRI당의 폐해인 대통령이 중앙당원 대회에서 차기 후보자를 지목하는 폐쇄적인 Tapado(덮힌 커튼)나 Dedazo (손가락 지목)같은 방식을 택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고, Corcholata(코르크 마개라는 뜻으로 공정한 기회를 갖는 후보를 의미)라는 방식을 도입하였습니다.

대통령의 의중이 아닌 당원 여론 조사 방식, 그것도 4T라는 당의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사람에 대한 의견을 물어 후보를 정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 자체가 AMLO의 영향이 묻어 있고, 객관적이지 않은 질문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여당후보 선출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2023.06.12~06.16

후보 등록 (최종적으로 6명의 후보가 등록함)

2) 2023.06.19~08.27

선거 캠페인 실시.

3) 2023.08.28~09.03

12,500명 당원 대상 여론 조사 실시.

4개 여론조사기관과 선관위가 나누어 실시.

(조사항목 1번(75% 비중): 누가 가장 4T를 잘 수행할 수 있는 후보인가? )

4) 2023.09.04~09.06

여론조사 개표

4. 셰인바움 (Claudia Sheinbaum Pardo)후보 이력

AMLO 대통령과 정치 철학을 가장 가깝게 하고 있다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962년 6월 24일에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났습니다. 셰인바움의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때 유태인 박해를 피해 유럽에서 멕시코로 이주하였습니다. 아버지는 화학자이자 기업가인 유태인 Carlos Sheinbaum Yoselevit이고, 어머니는 생물학자인 유태인 Annie Pardo Cemo로서 두 분 다 68년 학생운동의 주역이었습니다. 1987년 PRD 발기인인 Carlos Imaz Gispert과 결혼했으나 2016년에 이혼하였고, 2022년 11월, 학창 동료였던 물리학 박사 Jesús María Tarriba와 약혼 발표하였습니다. 멕시코 국립대 물리학과 학사, 동 대학 에너지공학 석및 대학 환경공학 박사 (논문: 멕시코 가정 부문 에너지의 경향과 전망 Tendencias y perspectivas de la energía residencial en México)를 취득하였습니다.

정치 경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0년 12월~2006년 5월: AMLO 멕시코시티 시정부 환경부 장관

2011년: 국가재건 운동 당(MORENA) 발기인

2018년 7월~2023년 6월: 멕시코시티 시장

2023년 9월 6일: 여당 대선 후보 선출

5. 작은 변수

작은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에브라르드 후보의 반발입니다. 멀리는 2000년 멕시코시티 시장 후보로 AMLO가 나설 때, 그리고 가까이는 2012년 PRD당의 대선 후보로 AMLO가 나설 때, 흔쾌히 자리를 양보하고 지지를 한 이가 에브라르드입니다. AMLO에게 ‘다음번은 너야’라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둘만의 밀약이 있었다고 많은 이들이 추측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DEDAZO의 최종결정권자인 미국으로부터부터도 차기 멕시코 대통령으로 낙점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8년 11월 15일에 멕시코 외교부장관 지명자의 신분으로 미국 폼페오 국무장관과 회담할 때 Quédate en México 사건 (중남미 불법이민자들을 멕시코에서 수용하겠다는 정책은 미국의 일방적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공표하려 하였지만, 결국 미국이 원하는대로 멕시코가 스스로 결정한 정책이라고 공표한 사건)을 수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 반대급부로 폼페오 국무장관이 확실한 DEDAZO 언질을 주었다는 것입니다(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2006년 멕시코시티 시장 경선 때는 지켜졌으나, 이번 대통령 당내 경선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AMLO의 애정은 셰인바움에게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AMLO가 여론 조사 과정에서, 4T 실행 적임자를 찾기 위해  중립적이지 않은 행위를 했다고 일부에서 추측하고 있습니다.)  

에브라르드는 개표 절차에 반발하여 후보 선출 결과 발표 장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향후 에브라르드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에브라르드의 선택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결과를 인정하고 셰인바움 지지

결과에 승복하고 1위를 차지한 셰인바움을 지지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향후 셰인바움이 대통령이 되었을 경우에 내각의 중요한 장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탈당하여 시민운동당 (MC) 후보로 대선 출마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1위를 차지한 셰인바움이 싫어서 시민운동당 (Movimiento Ciudadano, MC)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야당과 여당 사이를 오가며 합종 연횡 전략을 구사해 왔던 시민운동당은 현재 여당과 마찰이 있는 상태이고, 야당 연합에도 합류하지 못하였습니다. 적절한 대선 후보를 찾는 중이므로, 에브라르드와 시민운동당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일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야당통합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50% 미만으로 보입니다.

셋째, 탈당하여 야당 통합 후보 지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1위를 차지한 셰인바움이 싫어서 야당 통합 후보를지지한다는 선언을 할 경우, 여권의 표를 분산시킬 수 밖에 없고, 이럴 경우 야당통합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30% 미만으로 보입니다.

넷째,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 창당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1위를 차지한 셰인바움에 경쟁하기 위하여 신당을 창당하고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여권의 표를 갉아먹을 수 밖에 없고, 이럴 경우 야당통합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시간적 여유가 없으므로 가장 적어 보입니다. 하지만, 대권 야망이 있는 에브라르드가 2030년 대선에 이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6. 나오며

 이제 향후 관심사는 2024년 6월 2일에 치뤄질 여당 후보 셰인바움과 야당 연합후보 소치틀과 한판 승부입니다. 두분 다 여성으로서 멕시코 역사상 최초로 두 유력 여성 후보간 대선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여론조사는 셰인바움 후보가 소치틀 후보에 5~15% 차이로 앞서 있습니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일견 외국기업에 조금 더 친화적인 것처럼 보이는 소치틀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치틀 후보는 우파인 PAN당 출신이긴 하지만, 범 야권 연합 후보의 후보입니다. 범 야권에는 좌(PRD)부터 중도(PRI), 우(PAN)까지 아우르고 있으므로, 소치틀이 만약 당선된다 하더라도 PAN의 정책을 제한 없이 펼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여당의 셰인바움 후보가 당선된다면, 기존 AMLO 정책을 이어받아 계속하여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은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황이 녹록치는 않지만,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제조업에 있어서 임금 인상, 주 40시간 채택 등 사업 환경은 악화되겠지만, 미국을 향한 전진 생산 기지로서 니어 쇼어링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공장 자동화 전략등을 통하여 어려운 환경을 이겨나가야 할 것입니다. 건설업에 있어서 봇물 터지듯 밀려나오는 수많은 관급 인프라 공사를 국내기업이 다 맡아서 수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삼성 엔지니어링이 성공했던 것처럼 우리 기업들을 비롯한 외자기업들에게 기회는 분명히 올 것입니다. 

참고로, 국가재건운동(MORENA) 당의 강령 제2조에 여섯가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국가의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변혁, 둘째, 모든 형태의 억압, 부정의, 불평등, 인종차별, 불관용, 특권, 배제, 그리고 부(富)와 국가 자산의 파괴에 대항하는 자유 의지에 따른 조직 건설, 셋째, 선거에 의한 지도부의 민주적 통합, 넷째, 공직과 정치인간의 결탁에 따른 부정과 특권 근절, 다섯째, 인간의 자유의지를 말살시키는 기아와 가난 극복을 통해 진정한 자유 쟁취, 여섯째, 인간성, 개인과 집단의 전면적인 발전과 조국의 위대함을 달성하기 위한 멕시코 국민의 열정, 정체성, 기억, 창조성의 최대한 발휘. 이 여섯가지 목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국민의 정신혁명과 사회민주주의에 입각한 국민 복지 달성 및 인간성 회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엄기웅 변호사는 제16대 한인회장을 맡은 바 있고, 현재는 멕시코 로펌 MUNDUS APERTUS 에서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UNAM)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노동법 및 회사법을 전문분야로 다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