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달러 ‘트럼프 계좌’…”저축 및 투자제도 복잡해질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들이 새로운 세금 우대 저축 계좌인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s)’를 통해 재정적 출발선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계좌는 가족 재정과 세금 계획에 새로운 규칙과 부담도 함께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 사이에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연방정부로부터 1,000달러의 초기 자금을 트럼프 계좌에 예치 받는다. 이 계좌는 개인 은퇴 계좌(IRA)와 유사하게 설계된 투자용 계좌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중순 백악관 행사에서 이를 “다음 세대를 위한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는 친가정적 조치”라고 소개하며 “아이들이 삶에서 큰 출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계좌는 자녀의 미래를 위한 장기 저축 및 투자 수단으로, 부모나 조부모, 친척 또는 지인 누구나 매년 최대 5,000달러까지 세후(after-tax) 자금을 납입할 수 있다. 이 한도는 2027년부터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될 예정이다.
고용주도 자녀 1인당 연 2,500달러 한도 내에서 이 계좌에 자금을 기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부모의 과세소득으로 간주되지 않고, 기업은 비용으로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단, 일정한 연방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계좌 내 자금은 저비용 뮤추얼펀드나 S&P 500 등 미국 주식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만 투자되어야 하며, 펀드의 운용 수수료는 연 0.1%로 제한된다. 이처럼 수수료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더 많은 자산 증식을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해당 계좌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출금이 제한된다. 다만 만 18세 이후 특정 조건 하에 일부 출금이 가능하도록 하여, 중요한 인생 단계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에포크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계좌 내 자금은 세금 유예 혜택(tax-deferred)이 적용되어, 이자·배당·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은 해마다 내지 않고 출금 시점에 납부하게 된다.
출금은 원칙적으로 만 18세 이후에만 가능하며, 만 18세에서 25세 사이에는 계좌 잔액의 최대 절반까지만 출금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대학 등록금, 직업 훈련, 소규모 창업 자금, 첫 주택 구매 비용 등 정해진 용도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18세 이전 출금이나 비승인 용도로의 사용 시, 출금액 전액이 일반 소득세로 과세되며 10%의 추가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계좌를 일상 지출 용도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승인된 용도로 인출된 금액은 일반소득세율보다 낮은 장기자본이득세율(보통 15~20%)이 적용된다.
계좌 소유자가 만 31세가 되면 해당 계좌는 자동으로 종료되며, 남아 있는 자산은 전액 인출된 것으로 간주되어 일반소득으로 과세된다. 이 경우 10% 벌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트럼프 계좌는 IRA(개인 은퇴 계좌)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중요한 차이도 존재한다. 예컨대 IRA는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만 개설 가능하지만, 트럼프 계좌는 신생아도 개설 가능하며, 근로소득이 없어도 출발부터 납입이 가능하다. 또한, IRA는 납입 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트럼프 계좌는 세후 소득으로만 납입 가능하므로 납입 시점의 세금 혜택은 없다. 다만, 출금 시 승인된 용도에 한해 낮은 세율이 적용되므로 결과적으로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529 교육저축플랜과 비교할 경우, 529는 교육비에만 세금 없이 인출 가능하지만, 트럼프 계좌는 교육 외에도 창업, 주택 구입 등에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반면, 529는 주별로 수십만 달러까지 납입이 가능한 데 비해, 트럼프 계좌는 연 5,000달러 한도로 제한된다. 또한, 529의 경우 승인된 교육비 출금은 전액 비과세지만, 트럼프 계좌는 승인된 용도라 하더라도 장기자본이득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자녀 교육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가족에게는 529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에포크타임스는 설명했다.
트럼프 계좌를 지지하는 측은 이 제도가 가정의 부 축적을 돕고 청년들에게 재정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저축·투자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세금협회(Tax Foundation)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계좌의 도입은 납세자 입장에서 관리해야 할 계좌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상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보편적이고 세금 중립적인 단일 저축 계좌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AFP>
<출처-더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