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LatestNews글로벌뉴스

피지 총리 “중국의 군사 기지 허용 안 해”

남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대해 피지 정부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총리는 최근 호주 방문 중 중국의 군사 기지 건설을 명확히 거부하며, 태평양 국가들에 중국의 지정학적 야심에 맞서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라부카 총리는 7월 2일 호주 캔버라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연설에서 “누가 그들을 환영하겠는가? 피지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는 남태평양 지도자 중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반중 발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피지 중국대사관은 “군사기지를 세울 의도는 없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라부카 총리의 발언은 미국, 호주 등 서방 민주국가들의 지지 속에, 남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중국의 패권적 움직임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분위기와 맞물려 주목된다.

남태평양에서의 긴장감은 특히 2024년 9월 중국이 핵탄두 모의탄을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태평양 상공에서 시험 발사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피지를 비롯한 호주, 뉴질랜드, 일본, 대만 등이 강력한 우려를 제기했고, 피지의 윌리엄 카토니베레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우리 지역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며 중국의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이 사건은 태평양 섬나라들이 중국의 군사적 의도를 경계하기 시작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또한 라부카 총리의 발언은 워싱턴과 캔버라의 지지 또는 묵시적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이는 피지가 공개적으로 중국에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피지 정부는 성명뿐 아니라 실제 조치도 취해 왔다. 2023년 초 라부카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찰 협력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2024년 3월에는 자국 내 중국 경찰 전원을 추방시켰다. 이로써 2011년 체결된 중국 공안부와의 논란 많은 경찰협정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는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 등 인근 국가에서 중국 경찰과 해상감시 선박의 존재가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피지가 자국 내 중국의 공권력 개입을 철저히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부카 총리는 호주 행사에서 “중국 해경 역시 피지의 주권과 해양 경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국방연구원의 윌리엄 청 연구원은 “태평양은 미국의 군사적 핵심 거점인 괌과 하와이를 보호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중국은 이를 공략해 미국과 호주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평양 지역은 대만이 아직 몇 안 되는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해, 중국이 이곳을 외교적 고립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청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의 확장은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미국의 군사 보급망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목표”라며 “피지의 입장은 베이징의 ‘깃발 꽂기’ 전략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태평양 섬지역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세계적 대결 구도 속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라부카 총리의 이번 발언은 그러한 변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점점 더 국제 외교의 전면에 나서는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주권과 집단 안보, 평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역 질서 형성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라부카 피지 총리/AP>

<출처-에포크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