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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빅 뷰티풀 빌’ 하원 통과…공화당 대승리

트럼프 대통령의 ‘빅 뷰티풀 법안(Big Beautiful Bill)’이 대통령 책상으로 향하게 됐다.

공화당이 3일 오전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국내 정책 의제를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에는 대규모 세금 감면, 이민 단속 강화, 에너지 생산 확대, 그리고 메디케이드 대폭 삭감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의 결정적 입법 성과로 평가된다.

하원은 이날 218대 214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표결은 하원과 상원 내 공화당 의원들 사이의 엇갈린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몇 주간 이어진 협상과, 남은 반대파를 설득하기 위한 막판 로비 끝에 이뤄졌다. 법안에는 공화당 하원의원인 토머스 매시와 브라이언 피츠패트릭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민주당 의원 전원도 반대했다. 이 법안은 이틀 전 상원에서 먼저 통과됐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표결에 앞서 하원 연설에서 “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우리는 미국을 더 강하고, 더 안전하고, 더 번영하는 나라로 만들 것”이라며 “모든 미국인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뜨거운 토론을 했고, 몇 달간 심도 깊은 논의를 했으며, 이제 마침내 미국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됐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표결은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8시간 44분에 걸친 마라톤 연설 직후 이뤄졌다. 그는 공화당의 초대형 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최종 표결을 지연시켰다. 이는 2021년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사회복지 및 기후 패키지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세운 8시간 32분 연설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 법안에 대한 압도적인 공화당의 지지는 2017년 세금 감면 조치의 연장에 대한 당내 강한 요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막강한 당 장악력을 반영한다. 현재 공화당 내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당연시되고 있으며, 이탈자는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위험을 안고 있다.

이번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책 공약을 거의 모두 포함하고 있다. 2017년 1기 세금 감면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팁과 사회보장세에 대한 일부 세금을 없애고, 협상 과정 내내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주 및 지방세(SALT)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국경 장벽 건설, 이민 단속, 추방을 위해 1500억 달러를 추가로 배정했으며, 조선 및 ‘골든 돔’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등 국방 우선순위를 위해 1500억 달러를 증액했다. 녹색 에너지 장려책을 축소하고,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국내 에너지 생산을 확대한다. 연방 부채 한도를 5조 달러 증액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피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및 식품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대폭 삭감도 포함됐다. 이는 세금 감면으로 줄어든 세수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지만, 수백만 명이 건강보험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삭감 규모는 전체 재원 부족을 메우기에 충분치 않아,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법안으로 향후 10년간 추가로 3조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적으로 이번 법안은 미국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걸쳐 수년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도 향후 중간선거와 더 먼 미래까지 워싱턴 권력 구도에 큰 파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번 법안 통과는 이념적으로 다양한 공화당 내 의원들을 7월 4일이라는 자체 설정한 마감일 내에 하나로 모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는 큰 승리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막대한 입법적 승리로, 자신의 주요 정책 과제를 취임 후 6개월 만에 법으로 통과시키게 됐다.

그러나 법안 통과까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상원에서 수정된 내용으로 인해 법안의 운명은 불투명했다. 일부 온건파 공화당 의원들은 메디케이드 대폭 삭감에 반발했고, 다른 중도파 의원들은 녹색 에너지 세금 인센티브 철회에 불만을 표시했으며, 보수 재정긴축파들은 증가하는 재정적자에 대해 비판했다. 일부는 법안 수정 후 상원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급진 보수 성향 의원들은 법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기 위한 절차적 표결조차 저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일부는 백악관과의 추가 협의를 요구했으며, 일부는 법안 수정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지만, 공화당 지도부와 백악관은 상원 재송부를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이런 반대 기류는 백악관의 강력한 로비에 무너졌다. 2일 하루 종일과 3일 새벽까지 이어진 로비 끝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반대파들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2일 아침, 백악관으로 공화당 내 급진 보수와 중도 의원들을 소집해 설득에 나섰다. 오후에는 러스 보트 예산국장 등 백악관 고위 경제 참모들이 의회를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벽 1시경 하원 회의실에 모인 일부 반대 의원들과 전화 통화도 가졌다.

이날 저녁 무렵부터 반대가 서서히 사라졌다. 지난 6월 하원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워런 데이비슨 의원도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민주당의 반응을 보고 나니 법안이 생각보다 더 나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와 백악관 참모들은 약 14시간 동안 5분짜리 절차적 표결 2건을 열어두며, 남은 반대파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가운데 하나는 미 하원 역사상 가장 긴 표결로 기록됐다.

결국 3일 새벽 3시 30분경 의원들이 다시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절차적 표결을 통과시키며 법안 토론이 시작됐고, 최종 통과로 가는 길이 열렸다. 표결 직전, 존슨 하원의장은 남아 있던 반대 의원들을 모아 함께 기도했고, 곧이어 찬성으로 돌아선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논쟁 속에도 표결 직전에는 승리를 앞둔 흥분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반면, 민주당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공화당이 이번 법안을 ‘미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입법 중 하나’로 평가하며 환호하는 동안, 민주당은 이를 ‘거꾸로 로빈후드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부유층을 위한 세금 감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연방 혜택을 대폭 삭감했다는 주장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4시 53분부터 오후 1시 37분까지 마라톤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메디케이드 수혜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번 법안을 지지한 취약 지역구 공화당 의원들을 공개 비판했고,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탈환을 다짐했다.

상·하원 모두에서 소수인 민주당은 공화당이 상원 필리버스터를 우회하기 위해 신속 절차를 택한 탓에 법안을 저지할 수단이 없었다. 대신, 민주당은 이번 법안을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공격하는 무기로 삼을 계획이다.

공화당은 이번 긴 입법 싸움을 마무리하고 있다. 밤샘 표결과 당 내 갈등, 역사적인 순간을 모두 거친 끝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제 공화당 내 최강 실력자로 부상했다.

존슨 의장은 이날 새벽 1시 30분께 기자들에게 “정말 평범한 의회 운영을 원하지만, 그런 시대는 끝난 것 같다”며 “역사를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 및 기사출처 – 더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