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멕시코를 바라보는 한국 언론들의 시각…’마초’, ‘카르텔’, ‘여성대통령’

‘KBS 세계는 지금’도 입틀막하나?

멕시코에서 일어나는 범죄밖에 관심이 없었던 한국 언론들은 선거때가 되니 앞다투어 멕시코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그렇게 신문, 유튜브 등을 통해 주장했지만 영세한 한인 동포신문사가 떠들어 봤자 그들에게는 관심도 없고, 쇠귀에 경읽기일 뿐이다. 그래서 지난해 멕시코 경선 이후 이번에 치르는 본선에서도 동일한 단어가 나온다. ‘마초’, ‘카르텔’ 그리고 ‘여성대통령’이다.

세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면 ‘상당히 가부장적인 마초국가이자 마약이나 밀매하는 카르텔 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온다’라는 식이다. 특히 멕시코 여성대통령이 탄생한다고 보도할 때는 ‘마초국가 멕시코’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온다. 멕시코를 잘 모르는 한국인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시 한번 각인된다. 그렇게 쓰는 기자, 언론사들도 멕시코를 잘 모르니 부정적인 시각으로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마치스모(Machismo)’ 혹은 ‘마초국가’ 멕시코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 하루에 수백건의 멕시코 현지기사들을 보는 기자는 현지신문에서 ‘마초국가’라는 단어를 본 적이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분야에서 ‘마초국가 멕시코’라는 말을 본 적이 없다.

‘마초’, ‘마치스모’라는 표현은 정치분야가 아니라 사회분야를 말할 때 쓰이는 단어다. 지난 1일 방송됐던 ‘KBS 세계는지금’ 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이 부분은 맞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에 대한 납치, 폭력 등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아직은 멕시코가 ‘마초사회’라고 생각해 볼 수는 있다. 또한 기자의 생활경험으로 보면 자녀와 관련된 대리권 행사는 어머니보다는 아버지가 주로 한다. 예를 들면 자녀교육과 관련되어 학교에 서명하는 문제 등은 아버지가 한다.

그런데 한국언론들은 이러한 사회문제를 정치와 연결시킨다. ‘멕시코 정치는 여성들의 유리천장’ , ‘한번도 여성대통령이 없었다.’ 등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도 여성 대선후보가 전혀 없는 미국도 ‘마초국가’라는 표현은 왜 안 쓰는 지 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멕시코 정치에서 마치스모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됐다. 최소 6년전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이 이미 다 혁파한 상태다. 그래서 현재 두 여성 대선 후보가 있었던 것이다.

멕시코 상하원에서는 여성의원이 50%가 넘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은 이미 멕시코시티 최초 여성시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상태다. 셰인바움과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여당 모레나(Morena)는 여성후보에게 한국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준다.

모레나, 노동당(PT), 녹색생태당(PVEM)으로 구성된 여권에서 클라라 브루가다(Clara Brugada) 전 이스타팔라파(Iztapalapa) 알칼디아(Alcadia) 청장이 멕시코시티 시장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여권의 경선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실제 경선에서 승리한 인물은 클라라 브루가다가 아니었다. 현재 상원에 출마한 오마르 가르시아 하르푸츠(Omar García Harfuch) 전 멕시코시티 치안부장관이었다.

클라라 브루가다 전 청장은 경선에서 2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후보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모레나 당규정에 따라 멕시코시티 시장후보로 선출됐다. 하르푸츠 또한 이러한 결과에 승복하고, 당규정에 따라 상원으로 출마했다. 그러나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것이 옳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그래도 이러한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모레나는 브루가다를 후보로 내세웠다.

현재 집권여당은 이런 식으로 후보자를 선출한다. 멕시코 정치가 여성에게 유리천장인 마초국가가 맞는지 다시 한번 한국언론들에게 묻고 싶다.

또한 기자는 한국의 기사들에서 셰인바움 후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멕시코 현지 기사들에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간 것인 줄만 알았다.

기자는 셰인바움이 우남대(UNAM)에서 환경분야와 도시재생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 그녀의 최종학력인 줄 알았다. 현지언론들도 그렇게 전한다. 그래서 그녀를 지칭할 때 독토라(Doctora) 셰인바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언론에서 그녀가 미국의 버클리 대학교에서도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AMLO 대통령과는 다르게 영어실력도 뛰어나다고 언급했다.

기자도 잘못 안 것이 있는 줄 알고 셰인바움에 대해 다시 검색했다. 그리고 위키피디아에 잘 나와 있었다. 그녀는 박사과정 중 연구를 위해 4년동안 버클리대학교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멕시코 현지언론에서 이것을 굳이 중요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단지 한국언론에서만 미국 명문대학교에서 무언가를 했으면 대단한 것인 줄 알고 보도할 뿐이다.

우리 동포들과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오름에 따라 이러한 성향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지만 한국 언론들의 멕시코 보도행태들을 보면 아직까지 2등국가의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의 정치문화가 ‘마초’라는 것, ‘카르텔’, ‘범죄’ 위주로 멕시코 보도를 다루는 행위, 미국 명문대에서 무엇을 했다는 등의 한국언론들의 보도방식은 멕시코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미국의 시각, 미국의 우월의식과 닮아 있다. 조직범죄가 난무하는 엄청난 후진국쯤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세계 GDP순위에서도 한국이 ‘멕시코한테도’ 밀렸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KBS 세계는지금’ 에서도 이러한 보도방식을 따랐다. 지난 1일 방송된 부분을 보면 ‘멕시코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 선거후보’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해당 프로그램에서 인용한 것은 뉴욕타임스 신문이다. 신문의 문구대로 정확히 말하면 ‘멕시코에서 가장 위험한 일 중의 하나는 선거입후보’라고 돼 있었다. 현지언론도 아닌 뉴욕타임스 신문이고, 주로 멕시코의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해서 보도하는 미국언론을 인용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KBS는 유튜브에서 지난 4월 기자가 올린 댓글에 이어 이번 ‘세계는지금’ 프로그램에서도 댓글을 숨김처리 했다.

4월에 글로벌 K라는 프로그램의 유튜브에 댓글을 썼는데 8일전에 같은 내용의 글을 썼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안본다고 느끼는 건지 숨기처리하지 않고 있다. 내용은 다른 것이 없었다. 레게로주라고 쓴 것을 게레로주로 정정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이제까지 계속 숨김처리 했던 것이다.

같은 사람이 댓글을 관리하는지 모르겠지만 KBS 세계는지금도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었다. 댓글을 쓰려할 때 아래 사진과 같은 주의문구가 나온다.

KBS 세계는지금 유튜브 댓글작성시 유의사항 안내/ KBS 유튜브 캡처

그러나 KBS 세계는지금 유튜브를 검색하면 알 수 있겠지만, 그들은 위 규정에 어긋나는 악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한다. 다음은 그들에 의해 숨김 처리된 기자의 댓글이다.

기자가 상기와 같은 글을 썼으나 숨김처리된 상태다. 기자의 계정으로만 볼 수 있었고, 다른 계정을 통해 글을 달았지만 그 또한 숨김처리됐다. / @KMNEWS 심영재 기자

그리고 프로그램측에서 방치한 다른 네티즌들의 비판 댓글은 아래와 같다. 어느 댓글이 숨김 처리가 돼야 하는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다른 네티즌들의 유튜브 비판댓글/ KBS 세계는지금 유튜브 캡처

‘KBS 세계는지금’ 보도내용을 좀 자세히 지적하면, 멕시코 갱단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 프로그램도 범죄율 감소에 성공한 엘살바도르의 예를 들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고려대학교의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연구교수는 칼데론 정부시절 멕시코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이미 실패했다며, 멕시코 갱단과 엘살바도르의 갱단은 그 조직과 규모에서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선 현재 미국에서 복역중인 가르시아 루나(García Luna)의 사진과 엘차포(El Chapo) 사진까지 제시했다. 칼데론 정부시절 ‘마약과의 전쟁’이 실패한 것은 이것을 당시 정권이 자신들의 정적제거용으로 사용했고, 이를 주도한 루나 전 치안부장관이 엘차포의 시날로아 카르텔처럼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카르텔들은 소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의지의 문제지 불가항력적인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해당 KBS 프로그램에서는 멕시코가 계속 위험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한국언론이 멕시코를 보는 관점은 간단하다. GDP 규모 기준 세계 1위 미국이 멕시코를 후진국으로 바라보면 한국도 멕시코를 후진국으로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한국언론들에게는 애석하겠지만 멕시코 GDP 경제규모는 순위로 보면 한국보다 세 계단 앞서 있고, 이 차이는 좁혀질 기미 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